알리발 NH35 무브먼트 오버홀 및 시간 오차 조정

오늘은 시계 애호가분들이라면 한 번쯤 겪어보셨을 법한, 혹은 들어보셨을 '시간 오차' 문제 해결기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시계 제작 입문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세이코의 NH35 오토매틱 무브먼트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동작이 정상적이지 않아,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죠.

 

1. 문제 진단: 타임그래퍼로 확인한 무브먼트의 건강 상태 (사진 1)

문제 해결의 시작은 정확한 진단입니다. 시계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무브먼트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타임그래퍼(Timegrapher)'라는 전문 장비를 사용했습니다.사진 1에서 타임그래퍼 화면을 보시면 처음 무브먼트를 측정했을 때의 수치가 보입니다.

• -11s/d: 하루에 11초 느리게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 오차)\
• 195°: 밸런스 휠의 진각(Amplitude)으로, 움직임의 폭을 나타냅니다. 200도 이하는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 2.4ms: 비트 에러(Beat Error)로, 밸런스 휠의 균형이 맞지 않음을 나타냅니다. 0에 가까울수록 좋습니다.

이 수치들은 NH35 무브먼트의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특히 낮은 진각과 높은 비트 에러는 오버홀(분해 수리 및 윤활)이 시급하다는 신호였습니다.

사진 1

 

 

2. 완전 분해의 순간: 정교함 속의 문제 찾기 (사진 2)

타임그래퍼 진단 결과, 단순히 오차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무브먼트 내부의 이물질, 마모, 혹은 윤활유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NH35 무브먼트를 완전히 분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진 2

 

사진 3은 NH35 무브먼트가 수십 개의 정교한 부품들로 완전히 분해된 모습입니다. 작은 나사 하나, 톱니바퀴 하나까지 모두 분리하여 꼼꼼히 각 부품의 상태를 점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던 미세한 이물질이나 윤활유의 굳어짐 등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작은 부품들이 모여서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인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사진 3

3. 신중한 재조립 및 윤활 작업 (사진 4)

모든 부품의 검사를 마친 후, 이제는 인내심을 가지고 다시 조립할 차례입니다. 사진 4는 무브먼트 홀더에 무브먼트를 고정시키고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무브먼트 홀더는 작은 무브먼트를 안정적으로 고정하여 정교한 작업을 가능하게 해주는 필수 도구입니다.
재조립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윤활입니다. 각 부품이 맞닿아 움직이는 부분에 정확한 종류와 양의 윤활유를 주유해야 합니다. 이는 부품 간의 마찰을 최소화하여 무브먼트의 효율을 높이고, 수명을 늘리는 데 필수적입니다. 숙련된 기술과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죠.

사진 4

4. 문제 해결! 다시 타임그래퍼 위로 (사진 5)

수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인 분해, 세척, 재조립, 그리고 윤활 작업 끝에 드디어 무브먼트를 다시 타임그래퍼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사진 5는 오버홀과 조정 작업을 마친 후의 타임그래퍼 화면입니다.

• +2s/d: 일 오차는 하루에 고작 2초 빨라지는 수준으로 완벽에 가까워졌습니다.
• 227°: 진각은 227도로 건강한 상태를 되찾았습니다.
• 0.1ms: 비트 에러는 거의 없는 0.1ms로 조정되었습니다.

처음에 '-11s/d, 195°, 2.4ms'였던 수치들이 완벽하게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브먼트가 다시 생기를 되찾았음을 알 수 있는 드라마틱한 변화입니다. 마치 아픈 환자가 건강을 되찾은 것과 같은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사진 5

마무리하며

NH35 무브먼트 오버홀과 시간 오차 조정 과정은 단순히 시계를 고치는 것을 넘어, 작은 기계가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수많은 부품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지 이해하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손목 위에서 다시 정확하게 시간을 알려줄 NH35 무브먼트를 생각하니 뿌듯하네요. 시계의 시간을 맞추는 것은 단순히 숫자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계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