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서울의 하늘이 유난히 깨끗하고 노을이 아름다웠던 날이 있었다. 어느 누구도 일년에 한번 볼까말까한 하늘이라는데에 반박할 수 없는 그렇게 엄청난 날이었다. 게다가 불금이었으니 한마디로 하늘이 불타는 금요일 밤이었다.
사무실에서 퇴근 무렵까지 하루종일 하늘을 쳐다보며 너무 안타까워 하다가 결국은 와이프에게 연락하여 카메라장비와 삼각대를 들고 나와달라 부탁하였다. 그렇게 무거운 장비를 힘들게 들고 나온 와이프와 사진을 담으러 간 곳은 출입도 자유로우면서 이런 날 꼭 담아보고 싶었던 남산이었다.
일몰시간이 가까워진 시간에 한참을 기다려 탄 남산을 오르는 순환버스가 이날 따라 더욱더 거북이 느림보처럼 느껴졌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발걸음이 느린 와이프와는 나중에 만나기로 하고 촬영포인트로 미친 듯이 땀을 흘리며 달렸다. 이미 해는 지평선 너머로 내려가고 있었고 하늘은 119라도 불러야될 만큼 불타고 있었다. 급한 와중에 남산도서관쪽으로 내려가는 계단 방향에 있는 잠두봉 포토아일랜드의 위치가 이날 따라 제대로 생각이 나지 않아 케이블카 타는 곳 부근에서 헤매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허비했지만 다행히 평소에는 담을 생각도 못했던 구도의 사진도 담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어렵게 도착한 포토아일랜드에는 다행히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서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아마도 주말이었으면 비집고 자리 잡느라 고생 좀 했거나 아예 못 담았을지도 모른다. 이미 지평선 너머로 내려간 해가 마지막 혼신을 다해 불사르는 하늘이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아마도 올해 안에는 이런 하늘을 다시 못 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하늘에서 열리고 있는 불쇼를 보느라 넋이 나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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